엄마의 반찬

친한 언니와 함께한 저녁식사

엄마의 반찬 들을 친정에서 받아가지고 온 날, 지인 중 친한 언니를 집에 초대했다. 온화하고 웃음도 많은 언니를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져 종종 식사를 함께한다. 특히 언니는 엄마의 반찬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, 엄마가 반찬을 챙겨주시면 꼭 언니를 집에 초대하고는 한다. 여느 때와 같이 엄마의 반찬을 칭찬하는 언니를 보다 문득 궁금증이 들어 물었다.

“언니 어머님도 음식 솜씨가 좋으실 것 같아요.”

그러자 언니는 살포시 웃으며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.

“엄마? 그렇긴 한데…. 엄마가 해준 반찬 먹은 지 꽤 됐어.”

엄마의 반찬을 바라보던 언니의 얼굴에 쓸쓸한 빛이 스쳤다.

언니가 이야기하는, 엄마의 반찬

언니는 모친을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못 뵙는다고 한다. 두 딸을 혼자 키우느라 생활이 넉넉하지 못해서 주말에도 일을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. 가깝기라도 하면 차라리 같이 살기라도 할 텐데, 가는 데만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친정인지라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고.

“그래도, 가끔 반찬 좀 보내달라고 부탁드리면 어때요?”
“엄마도 나이가 있는데. 어떻게 그래.”

한숨 섞인 하소연을 내쉬는 언니의 얼굴에 아쉬운 그늘이 드리웠다.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못난 딸이 얼굴이라도 비추는 날이면, 배추 한 포기로 겉절이를 해서 밥상에 놓아 주시곤 하는데 그게 그렇게 꿀맛이라고 한다. 언니는 잠시 공허하게 입맛을 다시고는 이내 엄마의 손을 잡듯 내 손을 꼭 잡았다.

“어머님이 가까운 곳에 계신다는 건 정말 감사해야 하는 일이야. 어머님께 잘해.”

엄마의 반찬, 그리고 엄마

언니의 말을 듣고 있자니 친정에 갈 때마다 여러 가지 반찬과 과일, 생필품을 한가득 챙겨주시던 엄마가 떠올랐다. 이것저것 넘치도록 손에 들려주고도 부족한 듯 아쉬워하며, 언제든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하라던 엄마. 그 모습이 왜 새삼 찡하게 느껴질까? 고마운 줄도 모르는 철부지 딸을 위해 날마다 부지런히 밭으로 향했을 엄마의 정성을 그동안 당연히 여겼던 내 모습이 퍽 미워졌다. 이제 보니 엄마의 반찬은, 자녀에게 무엇이든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그렇게 맛있었나 보다.

엄마, 엄마, 엄마…. 한 번쯤 그 등을 안아줄걸.

언니가 가고 나서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핸드폰을 들었다.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전화번호. 엄마의 번호를 눌렀다. 뚜루루, 하는 소리를 들으며 침을 두어 번 삼켰을까. 익숙한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나를 반겼다. 나는 통화 대기음을 들으며 연습했던 수많은 간드러진 말들 중, 가장 덜 간지러운 말을 쑥스럽게 내뱉었다.

“엄마. 이번에 밭일 뭐 도와줄 거 없어? … 아니 그냥, 반찬이나 얻어먹으려고 그러지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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